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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골프 여행이 태국이나 베트남보다 더 비쌀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푸저우에서 3박 4일 동안 27홀을 치고 나니,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푸저우는 대만 해협을 마주한 푸젠성의 성도로, 인천에서 비행기로 단 2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조용한 산악 코스들과 회원제 프리미엄 골프장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최근 겨울 골프 여행지로 조용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회원제 중심의 산악 코스, 예약은 어떻게?
푸저우의 골프장들은 대부분 회원제(Membership Course)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회원제란 골프장 회원이나 제휴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개인이 직접 골프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이번에 방문한 푸저우 올림픽 해협 골프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7년에 개장한 이 코스는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파 72 챔피언십 코스로, 백티 기준 약 7,300야드에 달합니다. 전장이 상당히 긴 편이고 해안에 인접해 있어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페어웨이는 넓은 홀과 좁은 홀이 적절히 섞여 있고, 벙커와 워터 해저드가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코스 매니지먼트가 중요합니다.
저는 화이트티에서 플레이했는데도 결코 짧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도그렉 홀(Dogleg Hole)이 많아서 티샷 방향 설정이 스코어를 좌우했습니다. 여기서 도그렉 홀이란 페어웨이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굽어진 형태의 홀을 의미합니다. 산과 숲을 살린 언듈레이션(기복)이 심해서 보도 플레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약 난이도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자유롭게 예약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반드시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예약하려면 상당한 품이 듭니다. 제 경험상 네이버나 카카오톡에서 '럭셔리 골프' 같은 전문 에이전시를 통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겨울 날씨와 현지 언어 문제
한국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푸저우는 평균 20도 정도의 가을 날씨를 유지합니다. 아열대 해양성 기후(Subtropical Oceanic Climate) 특성상 겨울이 비교적 온화한 편입니다. 여기서 아열대 해양성 기후란 연중 온난하고 강수량이 고르게 분포하는 기후 유형을 의미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반팔 셔츠에 조끼 하나 정도면 충분했고, 대만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체감 온도는 훨씬 따뜻했습니다.
캐디들의 경기 진행 능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에서 골프를 칠 때는 캐디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지형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페어웨이 카트 진입은 70세 이상 무료이고, 그 외에는 18홀당 100위안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27홀 플레이가 무료로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출처: 중국골프협회).
하지만 언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영어 사용률이 거의 한 자릿수 수준일 겁니다. 골프장 직원들은 물론이고 식당, 호텔에서도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번역 앱을 항상 켜놓고 다니거나 현지 가이드를 동행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저도 몇 번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었는데, 특히 저녁 메뉴를 주문할 때 번역 앱 없이는 정말 답이 없었습니다.
음식은 의외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푸저우 음식은 다른 중국 지역에 비해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서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 편입니다. 골프장 레스토랑에서는 생선, 육류, 김치, 한국식 국물 등 다양한 한식과 중식이 제공되었고, 메뉴가 매일 바뀌어서 질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치가 정말 맛있었는데,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 같았습니다.
다만 6월에서 9월까지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시기는 매우 덥고 습해서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중국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푸저우의 평균 기온은 32도를 넘고 습도는 85%에 달합니다(출처: 중국기상국). 골프 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죠.
비용 측면에서 보면 동남아보다는 높지만 일본 대비 합리적인 편입니다. 화려한 관광 중심의 골프 여행이나 영어만으로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을 선호하신다면 푸저우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집중해서 골프만 치고 싶고, 회원제 프리미엄 코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3박 4일 동안 27홀을 치고 나니, 푸저우가 왜 최근 겨울 골프 여행지로 떠오르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예약 절차가 번거롭고 언어 장벽이 있지만, 그만큼 단체 관광객이 적어서 라운드 집중력은 훨씬 좋았습니다. 내년 겨울에도 다시 방문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