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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나 베트남 골프 여행을 계획하다가 치안 문제나 붐비는 골프장 때문에 망설이셨던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브루나이라는 선택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브루나이는 보르네오섬 북쪽에 위치한 작은 왕국으로, 석유와 천연 가스 덕분에 부유한 국가입니다. 인구가 적고 자연 훼손이 거의 없는 청정 지역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VIP형 프라이빗 골프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딱 맞는 곳이었습니다.
왕실이 소유한 골프장,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브루나이 골프 여행의 핵심은 엠파이어 CC(Empire Country Club)와 RBGCC(Royal Brunei Golf & Country Club)입니다. 두 코스 모두 왕실 소유이며, 제가 라운드해본 결과 페어웨이 관리 상태와 그린 컨디션이 상당히 우수했습니다. 특히 엠파이어 CC는 리조트 내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났습니다.
엠파이어 CC는 울창한 열대 우림 사이로 조성된 코스로, 자연 그대로의 조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침 라운드 시 기온이 25도 정도로 쾌적했고, 바다 쪽 코스에서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열대 우림 조경'이란 인위적인 정원이 아니라 자연 상태의 밀림을 최대한 보존하며 코스를 배치한 방식을 의미합니다. 덕분에 라운드 내내 진짜 정글 속에서 골프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RBGCC는 엠파이어 CC보다 그린 스피드가 빠르고 숏게임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코스는 중급 이상 골퍼들에게 적합합니다. 두 골프장 모두 엠파이어 호텔에서 20분 이내 거리에 있어, 7성급 호텔에서 머물며 왕복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브루나이 관광청과 로얄 브루나이 항공의 초청으로 방문한 골프 여행객들도 이 두 코스를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했다고 합니다(출처: 브루나이 관광청). RBA CC라는 골프장도 있긴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굳이 일정에 넣을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7성급 엠파이어 호텔, 술탄 동생의 별장이 호텔이 되다
엠파이어 호텔은 원래 술탄 동생의 별장이었던 곳으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7성급 호텔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 크기라는 사실만으로도 규모가 짐작되실 겁니다. 객실마다 뷰가 다양하고, 직원들의 서비스는 정말 친절했습니다. 로비부터 복도까지 이어지는 황금빛 장식은 왕실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호텔 앞 해안가 산책로는 매일 아침 걷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라운드 전 새벽에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이런 여유로운 루틴이 가능한 곳이 흔치 않습니다. 특히 다른 동남아 골프 여행지처럼 대기 시간이 길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정말 프라이빗한 휴양을 즐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브루나이는 왕정 국가 특성상 법이 엄격해서 밤에도 치안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여성 혼자 여행하거나 나이 드신 골퍼들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환경입니다. 2024년 기준 브루나이의 범죄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었습니다(출처: UNODC). 여기서 'UNODC'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를 의미하며, 각국의 범죄 통계를 수집·분석하는 국제기관입니다.
시내에서는 리즈퀸 호텔 같은 5성급 호텔도 있어, 마지막 날 하루 정도 시내에 머물며 야시장이나 모스크를 둘러보는 일정도 괜찮습니다. 특히 24톤 순금이 들어간 모스크는 이슬람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야시장은 생각보다 깔끔해서 위생 걱정 없이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 국가라서 불편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브루나이는 골프 치기에는 최적이지만, 이슬람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술 판매가 제한되어 있고 클럽이나 유흥 문화가 거의 없어서, 라운드 후 저녁 시간이 다소 심심할 수 있습니다. 태국이나 일본처럼 다양한 나이트라이프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관광이나 쇼핑도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제가 느낀 브루나이는 정말 '호텔 휴양형 골프 여행'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골프와 휴양에만 집중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완벽하지만, 다채로운 액티비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단조로울 수 있습니다.
직항편도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어서 경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얄 브루나이 항공의 이코노미 클래스가 넉넉한 편이긴 하지만, 접근성만 놓고 보면 태국이나 베트남보다는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다만 일 년 내내 기온이 따뜻하고 태풍 영향이 거의 없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브루나이 골프 여행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치안 걱정 없이 안전한 동남아 여행을 원하는 분
- 50대 이상 부부 동반이나 여성 친구들끼리의 고급 휴양 여행
- 붐비지 않는 프라이빗한 골프 환경을 선호하는 분
반대로 술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쇼핑과 관광을 함께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소중한 사람과 조용히 골프와 휴식을 즐기고 싶을 때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